목차
- 반려동물 장례에도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차별’
- 인기 견종·묘종과 유기동물, 장례 대우는 왜 다를까
- 품종 중심 소비 문화가 만든 죽음의 격차
- 장례 서비스 업계의 현실: 고가 품종 중심의 마케팅
- 존엄한 이별에 조건이 필요한가: 생명에 대한 평등한 시선
- 차별 없는 장례 문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 반려동물 장례에도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차별’
장례는 본래 모든 생명을 평등하게 보내주는 마지막 의식이어야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 장례 현장을 들여다보면, 견종·묘종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외형, 품종, 희소성, 대중 인기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와 서비스 수준이 달라지는 구조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가의 순혈견이나 해외 품종일수록 고급 장례 패키지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고, 반면 유기견이나 혼종, 또는 보호자가 고령층인 경우 기본 화장 또는 위탁 장례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서비스를 선택한 보호자의 상황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장례 업계가 무의식적으로 품종에 따른 ‘가치 구분’을 전제로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내포한다.
장례란 단지 ‘돈을 쓰는 의식’이 아니다. 사랑받았던 존재를 보내는 존엄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종이 좋으면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죽음 앞에서도 작동하는 현실은 반드시 성찰해봐야 할 문제다.
2. 인기 견종·묘종과 유기동물, 장례 대우는 왜 다를까
실제로 장례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기 견종(예: 말티푸, 포메라니안, 프렌치불독 등)이나 희귀묘종(예: 벵갈, 랙돌, 브리티시숏헤어 등)의 경우, 장례 전부터 고객이 더 많은 옵션을 문의하고, 추모 서비스 선택률도 높다고 말한다.
반면 보호소 출신 유기동물, 믹스견, 노령 반려동물은 대부분 기본형 화장 후 유골 반환 없이 종료되는 장례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 차이는 단지 소비자의 경제력이나 정성 차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장례업체는 인기 품종 반려동물을 위한 프리미엄 추모 영상 제작, 맞춤형 유골함, 고급 봉안 공간 등을 앞세워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무명 유기동물이나 고령 견종에게는 표준 패키지 이상의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거나, 설명조차 생략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장례 서비스가 ‘상품화된 소비 행위’로 포장되며, 반려동물의 품종이 곧 상품의 가치처럼 평가받는 구조를 강화시킨다.
문제는 이와 같은 흐름이 죽음을 보내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품종이 아닌 ‘사랑의 깊이’가 죽음을 정의해야 한다는 가치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점이다.
3. 품종 중심 소비 문화가 만든 죽음의 격차
우리가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여전히 ‘소유물로서의 인식’이 일부 남아 있다.
특히 품종 중심 소비문화는 생전에는 물론, 사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SNS에서 인기 있는 품종일수록 생전엔 더 비싼 사료, 더 고급 미용 서비스를 받으며, 죽음 앞에서도 프리미엄 장례 패키지의 주요 타겟이 되는 구조다.
이는 ‘좋은 품종일수록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위계질서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며,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이 아이는 그럴만한 대우를 받아야지”라는 논리가 당연시되게 만든다.
반면 유기견, 믹스견, 고령견 등은 경제적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어, 보호자 스스로도 간소한 장례를 자책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장례 문화의 이러한 이중 구조는 결과적으로 반려동물 간 ‘죽음의 격차’를 심화시킨다.
한 아이는 편지와 꽃, 추모 영상과 함께 보내지고, 다른 아이는 이름도 없이 화장되고 끝난다.
생전의 삶이 달랐던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더라도, 죽음의 순간만큼은 평등해야 하지 않을까?
죽음 앞에서도 품종 중심의 구분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여전히 반려동물을 생명이 아닌 ‘가치가 매겨진 물건’으로 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4. 장례 서비스 업계의 현실: 고가 품종 중심의 마케팅
현재 반려동물 장례업계는 점점 더 고객 맞춤형 프리미엄 상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골함 디자인, 메모리얼 박스, 3D 유골 보존 키트, 가족 참여 추모행사, 애프터케어 서비스 등은 대부분 가격대가 높고, 고가 품종을 키우는 보호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전략은 수익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반대편에 놓인 보편적인 반려동물과 보호자는 서비스 선택지조차 줄어드는 불균형 구조를 만들고 있다. 특히 고령 보호자, 유기동물 구조자, 시골 지역 보호자는 장례업체를 통한 ‘표준 장례’를 경험하기조차 어렵다.
또한 일부 업체에서는 특정 견종/묘종을 홍보 수단으로 삼아 SNS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하며, 그 외 품종은 예시 이미지나 서비스 옵션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장례라는 본질적 가치보다 비주얼 소비와 품종 선별을 통한 시장 세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현실은 장례업계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을 불러오고 있다. “죽음의 형평성을 누가 책임질 수 있나?”, “이별 앞에서조차 소비 계층이 나뉘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장례가 상품이 되는 순간, 존엄은 소비력에 따라 결정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구조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5. 존엄한 이별에 조건이 필요한가: 생명에 대한 평등한 시선
죽음을 보내는 순간만큼은 품종도, 크기도, 외형도 중요하지 않다.
가족처럼 함께 지낸 생명이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감정적 충격이며, 존중받아야 할 이별의 권리다. 그런데 왜 그 이별의 형식은 품종과 가격,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에 따라 달라져야 할까?
장례는 보호자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업계가 만들어놓은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반려동물은 같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고, 같은 존엄으로 보내져야 할 자격이 있다.
혼혈이든 순혈이든, 유기견이든 수입견이든, 그 생명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장례 서비스는 더 이상 소비재 중심의 마케팅이 아니라, 공공성과 생명존중 철학을 내포한 문화 콘텐츠로 진화해야 한다.
유골함 하나, 추모실 한 켠에도 모든 반려동물이 똑같은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구조가 필요하다.
존엄은 구매력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깊이로 결정되어야 하며, 모든 생명은 이별 앞에서 동등하다는 인식이 이제는 장례문화 전반에 반영되어야 한다.
6. 차별 없는 장례 문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반려동물 장례문화 속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제도 변화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 개개인의 인식 변화, 그리고 장례업계의 윤리적 선택이다.
우리는 먼저 죽음 앞에서 ‘이 아이는 그럴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라는 말을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아이가 같은 사랑으로 살아왔고, 같은 존엄으로 기억될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또한 장례업체는 품종 중심의 마케팅을 넘어, 모든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기본적으로 존중받는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유기동물 장례 지원 제도, 공공 장례 공간 확대, 반려동물 사망신고와 장례 등록제 등을 통해 ‘장례의 평등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장례문화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 이별이 평등해야, 함께한 시간도 온전히 기억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장례를 통해 존엄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선택의 기준은 품종이 아니라 마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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